언제부터인가 아이들 저녁 차려줄 때 함께 앉지 않게 되었다
저녁 차려서 애 둘 밥상 차려 앉혀 놓으면 서로 내 옆에 앉아라 성화에 하루는 큰 애 옆에 다음 날은 작은 애 옆에 앉다 나중에는 의자를 끌어다 애 둘 양 옆에 끼고 가운데 앉았다
애들 밥 먹는데 한 세월 걸린다
부글부글 대는 속을 다독이며 타일러도 보고 타이머도 줘보고 양쪽으로 먹여주다 물 달라, 이거 말고 젓가락 달라, 포크 떨어졌다, 이거 안 먹는다 칭얼대는 소리에 결국 버럭 하는게 매일이었다
그 난리를 피우고 영혼이 탈탈 털리고 나면 이제 남편이 온다
또 밥을 해서 상을 차린다
나도 너무 배가 고프다
어느 날부터 애들 저녁 시간이 되면 밥을 차려놓고 먹어라 하고 나는 남편 밥을 만들기 시작한다
애들이 빨리 먹든 천천히 먹든 그냥 내버려둔다
숟가락 떨어뜨렸다 하면 ‘주어라’ 하고
물 없다 하면 떠서 식탁 위에 올려준다
시계도 의식적으로 안 보려 한다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이들을 보니 까불까불하다 장난치다 어쨌든 한 수저 두 수저 자기 속도대로 먹는다
식탁에 바른 자세로 앉아 음식에 집중해서 부지런히 먹어야 된다는 나의 강박에서 벗어나니 서로가 편안한 식사 시간이 되었다
식사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한 마디 했다
‘애들아, 5분 뒤에 이제 식탁을 치울거야.‘
’근데 너희들이 배가 고프면 엄마가 다시 줄거야.’
두 번째 문장의 말을 처음 해보았다
항상 첫 번째 문장만 이야기 하며 인상 쓴 내 얼굴에 울상이던 큰 아이가 푸스스 웃으며 말한다
‘엄마 예쁘게 말하네?’
덩달아 포스스 웃음이 나왔다
‘응. 엄마 계속 예쁘게 말할게.’
내려놓으니 우리 모두 편안해졌다

'성장하는 티미별 > 아이들은 말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은 숫자가 아니야 (1) | 2025.04.28 |
---|---|
엄마 왜 이렇게 빨리 태어났어? (1) | 2025.03.29 |
나는 어떻게 엄마 배 속에 들어갔어? (0) | 2025.03.14 |
아이들은 말한다 (0) | 2024.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