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잠옷을 입어본 적이 별로 없다
가끔 변덕처럼 재밌는 잠옷을 사서 입어봤지만
어쩐지 불편하고 새로 옷을 입는 수고처럼 느껴져
즐겨하지 않게되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또 임신하고 낳아 기른지
벌써 3년차다
아이를 낳기 전의 삶이 마치 전생처럼 아득하다 보부상처럼 전국을 누비며 활발히 일하던 나는
어느새 타의적 집순이가 되어
가정 노동을 하게되었다
가끔 아이를 맡기고 두어달에 한 번 출장을 가거나
서류 작업 때문에 아이를 하원시키기 전까지
동네 까페에서 허리 한 번 못 펴고 타자기를 두드릴 때를 제외하고는 외출할 일이 거의 없다 10년 넘게 입어 소매가 터져 나간 가디건과
20년 넘게 입어 피부 같은 반팔티
그리고 임산부 일때 부터 줄곧 입어 엉덩이 부분이 주욱 찢어진 면 츄리닝 바지가 나의 홈웨어이자 잠옷이다 임신 출산 육아를 두바퀴 돌고 어느 날 외출할 일이 생겨 화장대에 오랜만에 앉았는데
맙소사
모든 화장품의 유통기한이 지나있었다
화장품을 와르르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문득 서글퍼졌다 자신을 챙기고
꾸미고
취향을 고르고
드러내던
내가 없어진 기분이었다
둘째가 어려 특별한 외출은 어렵겠지만
집에 있는 나에게도
나의 취향을 드러내고 싶었다
안 입는 옷을 아무거나 걸친게 아닌
좋아하는 디자인과 패턴을 고른
‘옷’을 입고싶었다
그렇게 잠옷을 한 벌 구매하였다

알리에서 가끔 옷을 살 때마다
사이즈 미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옷은 잠옷이니까
무조건 편안해야하니까
다 필요 없고
가장 큰 사이즈인 xxl로 구매했다

너무 크면 어떡하지
바지 고무줄 묶어 다녀야 하는거 아냐?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상품이 좋았다
면은 아닌데
소재가 얇고 보드라웠고
스판끼도 있어 불편하지 않았다
소매나 발목은 살짝 오바 되지만 활동에 큰 어려움을 주지는 않았다
바지의 고무줄도 너무 쫀존하거나 널널하지 않고 편안했다

잠옷을 입으니
막 차려입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막 주워입은 듯한,
나 자신을 팽개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집에있어도
어떤 무드를 만들고
취향을 선택하며 사는 것이
사람을 이토록 기분 좋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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